일본이 마침내 주요 선진국 중 ‘세계 최저 금리국’ 타이틀을 내려놓았습니다. 2년 6개월 만에 일본의 기준금리가 스위스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저금리 엔화를 조달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스 금리 인하, 일본은 금리 동결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25%로 인하했습니다. 이는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인하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낮아진 데 따른 조치입니다. 반면 일본은행(BOJ)은 19일 열린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의 기준금리가 스위스보다 높아졌습니다.
일본이 세계 최저 금리국 지위를 벗어난 것은 스위스가 금리 인상 기조를 중단한 2022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스위스 중앙은행이 이번 금리 인하를 끝으로 추가 인하를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일본과 스위스 간 금리 차이는 앞으로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미칠 영향
그동안 일본의 초저금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주요 자금원이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엔화를 빌려 낮은 금리로 조달한 뒤,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자연스럽게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지요.
실제로 작년 7월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1엔을 넘어섰지만, 최근에는 149엔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리 역전으로 외환 시장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구치 게이이치 리소나홀딩스 수석전략가 역시 "앞으로는 스위스 프랑이 캐리 거래의 조달 통화로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
문제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 8월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세계 금융시장에 블랙먼데이를 불러왔던 경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엔 캐리 트레이드 잔액은 506조 6,000억 엔에 달하며, 그 중 청산 가능성이 큰 자금은 약 32조 7,000억 엔으로 추정됩니다. 청산이 본격화될 경우, 세계 금융 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력이 예상됩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엔화 약세 요인
비록 일본의 금리가 상승했지만, 엔화 매도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물가 변동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이기 때문입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외환전략가는 "일본은행이 연 1%까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일 것"이라며 "지금 수준 이상의 엔화 강세(엔고)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일본이 최저 금리국에서 벗어난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부는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입니다. 특히 투자자라면 일본과 스위스 금리 변화 및 환율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